과거 성장기의 일본 기업들은 앞선 미국 기업들을 한 순간에 앞섰다. 도요타는 소형차로, 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시장을 점령해 갔다. 1990년 대가 되자 일본 기업은 시장의 정점에 섰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쏟아냈다. "하이엔드 (High-end) 시장을 점한 기업들의 문제는 정점에 이르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성장을 하기 어렵다"고 크리스텐슨 교수는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고인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생전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밑바닥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과 "외국 인재들에게 문을 열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한국과 대만은 이미 정점에 근접한 기업들이 많고 중국과 인도의 추격이 맹렬한 상황에서 내린 조언이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성공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 설립한 회사다"고 했다.
세계 기업들은 경제 불황, 포스트 팬데믹, 쏟아지는 신기술 등 파괴적 혁신이 언제 어디서 일어나도 놀랄만 한 일이 아닌 시간을 지나고 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밑바닥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에 대비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업들은 자원을 사용하는데 한계가 생긴다. 그러나, 이런 "결핍"은 파괴적 혁신에 좋은 영양소가 된다. 기업은 단순한 형태의 혁신 요소만 가지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이후 하나씩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 상황이 좋으면 충분한 자원을 자원을 가지고 좋은 시장을 찾아 진입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 때문에 상품은 오히려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오랜 고심에서 내놓은 복잡한 사양의 물건을 선택하지 않는다. 경제적 상황이 나쁠 때 일수록 파괴적 혁신은 더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CEO들에게 "아이디어를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끼워 맞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파괴적 혁신은 기술 자체보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생각을 짜 맞추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안에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짜맞추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은 파괴적 혁신이 아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창의성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고와 태도를 고치는 작업이다"고 크리스텐슨 교수는 말한다.
박성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