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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코로나19 이후 “안쓰고, 안갚아”...초과저축 100조 돌파

기사입력 : 2023-07-25 13:53

사진: 픽사베이/ 해당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없
사진: 픽사베이/ 해당사진은 본 내용과 관련없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우리나라 가계가 이전보다 100조원 넘는 금액을 더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비교하면 초과저축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평가다.

'초과 저축'이란 팬데믹 이전 추세를 웃도는 가계 저축액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2020~2022년) 가계부문 초과저축 규모는 101조~12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7~6%, 민간소비의 9.7~12.4% 수준이다.

가계는 이 초과 저축을 주로 예금과 주식의 형태로 저축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저축은 부채 상환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수출 여건 악화 등 실물경제와 금융상황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가계가 주요국에 비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예금 금리가 높아지면서 초과 저축이 예·적금에 몰린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초과저축이 증가한 주된 이유로는 팬데믹 초기 외출, 모임, 여행 제한 등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지난해 소득 개선이 꼽힌다. 조 과장은 “저축률 상승의 대부분이 팬데믹 초기 소비 제약 등 비자발적 요인(forced savings)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가계가 초과저축을 추가 소비로 연결짓지 않은 원인은 '양호한 소득 여건'으로 추정됐다.

작년까지 이어진 고용호조와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지원 등이 비교적 안정된 소득 여건을 조성했고, 이에 2020~2022년 가계 처분가능소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계의 고물가·고금리 부담을 상당 부분 완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실제로 초과저축 누증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았다.

유동성이 좋은 금융자산 형태의 초과 저축은 실물경제 측면에서 부정적 소득 충격이 있을 때 완충 역할을 하며 민간 소비의 하방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팬데믹 이전에는 평균 7.1%였던 가계 저축률이 팬데믹 기간 동안 평균 10.7%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초과 저축은 금융 불안의 잠재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 초과 저축이 대출과 함께 주택 시장에 재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주택 가격 상승, 가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지연 등으로 금융 안정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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