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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색작업, 구명조끼·지형파악도 없어... '완벽한 실패'

기사입력 : 2023-07-21 13:27

사진: 대한민국 해병대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 캡
사진: 대한민국 해병대 공식 인스타그램 사진 캡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입대 4개월차 병사가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을 두고, 해병대의 무리한 수해 복구 작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의 고(故) 채수근 일병(20)은 전날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최근 호우피해에 따른 실종자 수색작전에 참가했다가 급류에 휩쓸렸고 실종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해병대 최용선 해병대사령부 공보과장 20일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당시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온라인에선 분노의 댓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불어난 강물에 스무살짜리 해병을 ‘맨몸’으로 투입한 군 당국의 태도에 분개했다. “보여주기식 구조활동을 위해 사병을 희생시켰다” “지휘관 자기 자식이면 그랬겠느냐” “젊은 장병들이 아무 때나 가져다 쓰는 싸구려 소모품이냐”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우리가 아직 개도국이냐” “쌍팔년도 군대냐”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로 감옥 보내라” 같은 댓글도 보인다

◇주변 지형지물 파악에 소홀한 채, 성급한 구조시도

군 안팎에선 해병대의 완벽한 작전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명 구조와 군사 작전의 기본 중의 기본인 주변 지형지물 파악에 소홀한 채, 젊은 대원들의 건장한 체력만 믿고 성급하게 구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내성천은 돌이 아닌 모래 바닥으로 이뤄진 강인데, 그래서 강바닥 높이가 고르지 않은 하천이다. 먼저 실종자 찾기에 나선 소방대원과 경찰관들도 신중하게 움직였던 곳이다.

내성천 지형에 익숙한 지역 주민들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예천군 주민은 “수위가 허벅지 정도까지만 오니, 절대 빠질 리 없다고 생각해 안전장구 없이 들어간 것 같다”며 “그러나 내성천에서 물길이 꺾이는 구간은 가뭄에도 발이 푹푹 빠져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명구조 경험이 많은 한 소방대원도 “얕은 하천에서도 집중호우 뒤에는 물살이 세고 바닥에 뻘이 쌓여 위험천만하다"며 "고무보트를 타거나 하천 바깥에서 풀숲 등을 먼저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이 소방대원은 “실종자 발생 시간이 오래 지나 수색 범위가 넓었는데도 (해병대가) 왜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드는 작전을 펼쳤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무리한 수색을 지적했다.

◇해병대, 수색작업 전문성, 경험 없는 군 장병 동원

군 안팎에선 전문성과 경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군 장병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채 상병은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으로 해양 수색과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었다. 반면 경찰은 예천군 일대 실종자 수색을 할 때 사전에 구조와 수색 훈련을 마친 특공대원들만 선별해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하천 수색 시엔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경우 실종자 수색 등에 군을 투입할 순 있지만 구조에 특화되지 않은 ‘지원 인력’인 경우 강화된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은 구조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지만 대민 지원을 하는 군과 경찰은 그렇지 않다”며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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