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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파업만능주의 조장" VS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첫 걸음”

기사입력 : 2023-02-22 18:18

사진= 픽사베이 제공
사진= 픽사베이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8명)과 정의당(1명) 의원들은 이날 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의 진행에 반발해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퇴장한 가운데 거수 표결을 통해 ‘노란봉투법’을 찬성 9표, 반대 0표로 통과시켰다.



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된 이 법안에 대해 정부·여당과 재계는 격렬히 반발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 노란봉투법이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도급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단체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가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 각각의 귀책 사유 등에 따라 책임 범위를 달리한다고 규정해 면책 범위를 넓히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단체교섭·쟁의행위·노조 활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돼도 배상 의무자의 귀책 사유·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게 했다.

합법적인 파업까지 탄압·봉쇄하기 위해 사측이 무분별하게 노조에 안겨온 '손배폭탄'을 제한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그간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권고해온 내용이기도 하다.

노조법 체계 안에서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 권리분쟁까지 쟁의범위가 확대된 점은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란봉투법 논의는 2013년 쌍용차노조가 회사·경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 후 촉발됐다. 19·20대 국회에서 재계의 반발로 폐기됐던 노란봉투법 논의는,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다시 불이 붙었다.

노동부가 실태조사에 참고한 쟁의행위 손배소 대응 시민단체 '손잡고' 운영 사이트에 따르면 노동자가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을 당하면 1심까지 평균 2년 이상이 걸리며 이 기간만큼 선고금액에 이자가 붙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평생 벌어도 갚을 수 없는 돈"이 된다.

◇ 여당과 재계 강력반발... “파업만능주의 초래할 것"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란봉투법이 개정되면 기업 투자 심리를 악화시켜 국민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원청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쟁 대상으로 삼는 산업현장 파업과 불법이 만연해지고 노사관계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자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면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은 심화되고 파업이 만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경영계의 주장을 쏙 빼닮은 입장을 밝혔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지난 20일 긴급브리핑까지 열어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피해자가 일일이 과실비율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여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한다"라고 주장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노동조합의 불법 행위에 대해 배상 의무자별로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신원 보증인의 배상 책임을 면제시켜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연대 책임 원칙(손해 연대 배상 책임)을 훼손하고 피해자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이 법이 통과되면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우려가 크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원칙”이라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계는 야권의 노란봉투법 처리 강행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반발하고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입법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산업 현장 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부추겨 노동자의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노동계...“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첫 걸음”

더불어 민주당과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해 오히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겨우 첫걸음을 뗐다는 반응이다.



현재 법안처럼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노동계에 대한 탄압에 불과하다며 노란봉투법 개정을 찬성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당력을 쏟아 온 정의당은 이날 표결 뒤 85일간 국회 본관 앞에서 이어온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농성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견에서 이정미 대표는 “오늘로부터 85일 전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일하면서도 노동자일 수 없었던 플랫폼 노동자들, 진짜 사장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던 하청 노동자들, 아무리 부당 노동행위를 당해도 손배 폭탄 때문에 입 한 번 뻥끗할 수 없던 이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85일이었다”며

“노동자를 돈으로 짓누르는 이 세상을 바꿔보자는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이 노란봉투법을 지금 여기까지 끌고 오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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