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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시위' 참가자 크레인 매달아 공개처형...공포 극대화

기사입력 : 2022-12-14 10:43

'히잡 시위' 지지자들의 교수형 퍼포먼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히잡 시위' 지지자들의 교수형 퍼포먼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히잡 시위'에 참여한 남성을 도심 한복판에서 크레인에 매달아 교수형에 처했다. 제대로 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예고 없이 집행한 공개 처형이었다. 처형 장면은 이란 언론에 생중계됐다. 이달 8일 시위 참여자를 처음으로 처형한 지 나흘 만이다.

AP통신은 두바이발 기사로 이를 보도하면서 이런 교수형은 다른 시위 군중에게 끔찍한 장면을 통해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르드의 처형은 그가 보안군이 시위대를 죽인다는 이유로 분노해서 시위진압에 가담한 뒤 준민병대원 2명을 흉기로 공격해 중상을 입힌 뒤 한 달도 못돼서 집행되었다.

이렇게 빠른 처형 속도는 이란 정부가 현재 사형 선고를 받고 구금된 사람들을 신속하게 처벌해서 시위의 기세를 꺾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라흐나바드는 손발이 묶이고 머리에 검은 봉지를 쓴 채로 공사용 크레인에 매달려 교수형을 당했다. 질식하거나 목이 부러질 때까지 살아 있기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란 언론인 미잔통신은 그가 숨지는 과정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미잔 통신은 라흐나바르드가 11월 17일 마슈하드 시내에서 시위도중에 보안군 2명을 흉기로 살해하고 4명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흐나바드가 고문을 당해 혐의를 억지로 인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체포된 라흐나바드가 팔에 깁스를 한 모습이 이란 국영방송에 보도된 바 있다. 지난 8일 처형된 모셴 셰카리도 재판 당시 얼굴에 고문 흔적이 뚜렷했다.

공포를 조장해 반정부 시위를 봉쇄하겠다는 게 이란 정부의 노골적인 의도다.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금돼 있는 최소 1만4,000명에 이르는 이란인들의 목숨이 더 위태로워졌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란이 보란 듯 신속하게 공개 처형을 강행하자 유럽연합(EU)도 속전속결로 추가 체재 방침을 발표했다. EU 외교장관 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 성직자 등 24명과 관련 기관 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12일 기준 반정부 시위 참가와 관련해 이란인 27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약 1만4,000명이 구금돼 있다. 이란의 민주화 운동가 아미리 모가담은 "수천 명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위대가 대규모로 처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 정부가 저지른) 범죄에 심각한 결과가 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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