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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n번방 '엘' 늑장수사에 자취 감춰...범행 수법 더욱 악랄

기사입력 : 2022-09-02 11:09

제2의 n번방 '엘' 늑장수사에 자취 감춰...범행 수법 더욱 악랄
‘제2의 n번방’ 사건 주범 ‘엘’(가칭)의 피해자 중 한 명이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지만 “유포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아닌 일선 경찰서에서 8개월가량 수사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본격화가 지체되는 사이 엘은 자취를 감췄다.

엘의 성착취 10대 피해자인 A양은 지난 1월 경기도 한 경찰서에 피해 신고를 접수했지만 지방경찰청 단위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0년 3월 ‘n번방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경찰은 전국 지방청 사이버수사팀 인력을 확충하는 등 전담 수사팀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건이 이관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 성착취물 유포 사건은 지방청 사이버수사팀이 담당한다. 이런 범죄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피해 규모가 커 전문 지식을 갖춘 수사관이 수사에 조기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A양 측이 지방청으로 사건이 넘어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당시 경찰 관계자는 “유포 정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고 당시 피해자가 낸 증거물에는 엘이 또 다른 피해자의 성착취물을 공유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엘은 A양에게 해당 영상을 보내며 “똑같이 따라하라”고 지시했으며, “모두 내가 지시해서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디지털 성착취범 '엘'은 집요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했던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있다.

지난 1일 KBS '뉴스9'에서는 디지털 성착취범 '엘'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피해자 B씨는 KBS 취재진에게 집요하고, 악랄한 성착취범죄 수법을 낱낱이 고발했다.

제일 먼저 그에게 접근해온 건 '추적단'이라는 사칭범이었다. 사진을 유포한 범인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이에 텔레그램에서 범인과 대화를 나눠달라고 했다. 하지만 범인은 '엘'이었고, 그는 처음부터 피해자를 협박했다. 엘은 ""자기가 외국에 살고 잡힐 일이 전혀 없다. 그리고 네가 어떤 짓을 하든 한국에 있는 애들을 시켜서 너 하나쯤..."이라며 피해자들을 위협했다.

현재 엘 관련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다. 첩보를 입수해 추적 중이었는데 최근에서야 일선서에서 A양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관을 요청했다. 사건 초기 경찰 내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는 사이 엘은 지난 5월 활동을 중단하고 자취를 감췄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서 관계자는 “다른 피해자가 아닌 신고자 영상이 퍼진 정황이 확인돼야 유포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혐의가 성립되지 않아 이첩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날 “성착취물 제작·배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는 등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을 준수하라”고 대검에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용의자 조기 검거를 위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팀도 1개팀에서 6개팀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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