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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반의 습격...기후 위기가 만들어낸 악순환

기사입력 : 2022-08-23 11:52

모자반의 습격...기후 위기가 만들어낸 악순환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본토 최남단의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 썩은 달걀 냄새가 진동했다. 원인은 32도의 기온 속에 시커멓게 변해가고 있던 모자반이었다. 해변에서 썩어가는 모자반을 치우기 위해 쌓아둔 곳에서 냄새가 시작됐다.

사우스비치를 찾은 관광객들은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발길을 돌렸다. 사우스비치에서 멀지 않은 힉스 메모리얼 비치나 레스트, 스매더스 등 키웨스트의 다른 해변도 다를 바 없었다. 모자반을 치운 해변은 그나마 나았지만 방치된 곳에서는 악취를 풍기면서 썩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의 '모자반 백서'엔 카리브해 주변 세인트루시아에서 모자반이 유입된 이후 주민, 관광객의 호흡기 문제 발생률이 더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애초 모자반은 북대서양의 조해(藻海·sargasso sea)에 서식한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돼 멀리 떨어진 바다 위에 정상적인 양이 있을 때는 '바다의 열대 우림'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이상 기후로 2009년 또는 2010년에 조해 모자반의 씨앗이 열대 대서양으로 유입됐는데 기후변화가 초래한 최적의 환경을 만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배경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아마존 열대우림 강우 증가와 아마존 지역 산림 파괴 등이 지목된다. 열대우림이 파괴된 상태에서 기상이변으로 홍수가 계속되면서 바다로 유입된 토양의 영양분이 모자반 성장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애틀랜틱대 하버브랜치 해양학연구소의 브라이언 러포인트 연구교수는 "기후변화로 아마존 등에서 큰 홍수가 거의 10년 연속 났다"며 "폭우와 범람에 산림파괴, 농업용 비료 사용 등 인간의 활동이 겹쳐 바다로 유입된 질소의 양이 매우 증가해 모자반이 대규모로 출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매년 관측되는 모자반의 규모는 추세적으로는 더 악화하고 있다. 남플로리다대 광학해양학 연구소가 인공위성 분석을 통해 추정한 열대 대서양과 카리브해, 멕시코만 등의 전체 모자반의 양은 2018년 6월 2천40만t으로 역대 최고였는데 올해 6월 2천420만t으로 새 기록이 수립됐다.

지나치게 많은 모자반은 생태계도 파괴한다. 결국 파괴된 생태계로 인해 출현한 모자반이 다시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촨민 후 남플로리다대 교수는 "거대한 이불 같은 모자반이 해수면을 뒤덮으면 다른 해초나 물고기가 질식하게 된다"며 "죽은 모자반이 물속에서 부패할 때 박테리아가 산소를 사용해 이곳은 결국 생물이 살지 못하는 '데드 존'(dead zone)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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