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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시민, 대기업 상대로 기후 소송 승전보

기사입력 : 2022-08-02 14:43

네덜란드 ‘지구의 벗’의 도날트 폴스(가운데서 오른쪽) 대표와 니너 더파터르(왼쪽) 활동가  (사진 = 네덜란드 ‘지구의 벗’ 제공)
네덜란드 ‘지구의 벗’의 도날트 폴스(가운데서 오른쪽) 대표와 니너 더파터르(왼쪽) 활동가 (사진 = 네덜란드 ‘지구의 벗’ 제공)
국제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자료를 보면, 1988~2015년 세계 100개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세계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0.6%를 차지했다. 화석연료의 생산, 공급과 이용 과정까지 합산했을 때 수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업에 역사적 책임을 물리지 않아 왔다. 정부에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밀한 ‘게임의 룰’을 만들고 엄격한 심판관이 되라고 촉구할 뿐이었다. 기후변화 소송의 대상도 정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네덜란드에서 나온 판결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 1만7천명이 네덜란드와 영국 합작법인인 로열더치셸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헤이그지방법원이 이 에너지기업에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줄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셸은 세계 10대 탄소 배출 기업 중 하나다. 네덜란드 환경단체 ‘지구의 벗’ 활동가 니너 더파터르는 2019년부터 소송 원고로 참여했다. 청소년 때부터 반전 운동에 참여하고 자연을 좋아했던 그는 자연스레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파터르는 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는 물론 기업에도 ‘주의 의무’를 부과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기업이 이윤 획득 과정에서 인권과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판례로 항공, 시멘트, 철강 등 화석연료 다배출 업종에 대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터르는 “파리협정에 근거한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수립하도록 네덜란드에 있는 29개 공해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합당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은 사안의 다급성에 비춰 셸에 즉시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라고 했지만, 항소심 절차가 남아서인지 셸은 온실가스 감축에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기후 소송은 네덜란드 뿐 아니라 독일, 아일랜드 등에서 잇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들어 승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관련한 법·제도와 정책을 국회 입법권 행사나 정부 재량으로만 보던 법원의 시각이 바뀌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국가기관의 방어적이었던 대응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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