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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학대공간”, 노인학대 97% 가정 내 발생

기사입력 : 2022-06-16 16:00

“내 집이 학대공간”, 노인학대 97% 가정 내 발생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체·인지적 기능이 약화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노인학대가 증가하고 있다.

재학대 발생률, 전년 대비 20.4% 증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제6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건수는 1만 9391건으로, 2020년(1만 6973건)과 비교해 14.2%나 증가했다. 이중 실제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6774건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다.

접수된 학대 사례 중 재학대는 739건으로 전체 중 10.9%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4%나 늘어난 수치다. 학대가 발생한 후에도 가정환경 및 경제적 상황이 바뀌지 않아 재학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노인학대는 정서적 학대가 4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신체적 학대(41.3%), 방임(6.5%), 경제적 학대(3.8%) 순이었다. 학대는 대부분 가정(88%)에서 발생했다.

학대 가해자는 배우자가 29.1%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아들(27.2%), 기관(25.8%)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내 체류시간이 증가하고 가구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동거 가족 간 갈등 증가, 노인 배우자 건강 악화, 돌봄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가족이니까” 학대사실 스스로 감추는 암수범죄 우려

수도권 지역 중심의 노인학대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총 2313건으로, 이중 실제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736건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9%나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또한 정서적 학대가 53.8%로 과반수를 차지했고 신체적 학대가 39.2%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노인학대 100건 중 97건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학대는 행위자 대부분이 보호자를 비롯한 가족이고, 가정이라는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 ‘암수범죄’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에 의해 일어나는 노인학대 범죄를 ‘부끄러운 가정사’로 여기거나 가족에게 피해가 갈 것을 걱정해 학대사실을 감추거나, 들켜도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학대를 줄이기 위해 신고전화(1577-1389)나 신고 앱 ‘나비새김(노인지킴이)’ 홍보를 강화하고, 학대 가해 배우자에 대한 상담·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 6월부터는 요양시설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해 시설 학대를 예방할 계획이다. 우리 또한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의 작은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여 노인의 인권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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