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자산관리의 중심이 예금·적금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모험성향이 나타난 것이다. 또, 국가경제 측면에서는 물가와 일자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졌고, 개인경제 측면에서는 저축여력이 감소했다고 느끼면서 내구재와 주거비 지출을 줄일 생각을 하고 있다. 즉, 올해 경제심리의 핵심 키워드는 부동산, 물가, 일자리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를 19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매주 1천 명을 대상으로 개인경제, 국가경제, 소비지출, 자산관리, 경제정책영향 등 5개 분야 20여 개 항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물은 결과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1년간 분기별(4분기는 10~11월 2달치)로 긍정 쪽이든 부정 쪽이든 이동폭이 컸던 10개 항목을 추렸다.
지수는 향후 6개월간의 상황에 대한 예상으로, 100 보다 크면 긍정적 전망이, 100 보다 작으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지수의 상승은 긍정적 방향으로의 이동, 하락은 부정적 방향으로의 이동이 있었음을 뜻한다.
조사 결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동이 큰 항목은 부동산투자, 물가평가, 가상화폐투자, 일자리평가, 물가전망 5개였으며, 부정 쪽으로 이동이 큰 항목은 예금·적금, 주식·펀드, 저축여력평가, 내구재구입비, 주거비지출 5개였다.
이미지 확대보기◇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체감 국가경제
국가경제와 관련한 3개 조사항목 중 국내경기를 제외한 2개 항목, 물가와 일자리에 대한 반응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덜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다.
먼저, 물가에 대해서는 지난 6개월 평가와 앞으로 6개월 전망 모두 지수가 상승했다. 올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됐고, 앞으로도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4분기 물가평가지수는 60.5로 1분기 대비 긍정적 방향으로 10.4p 이동했고, 물가 전망도 매분기 긍정 쪽으로 이동했다. 지수는 100 보다 작을수록 부정적 응답이, 100 보다 클수록 긍정적 응답이 많은 것이다.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물가(9월, -0.4%)가 발표되기 전부터 소비자들은 전과 다른 물가 흐름을 느끼며 디플레이션 경고를 체감하고 있었던 셈이다.
일자리 평가지수도 1분기 57.3에서 4분기 63.6으로 6.3p 증가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응답자 중 고령층 남성에게서 긍정적 변화가 압도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0대 남성은 1분기 36.0에서 4분기 49.0으로 무려 13.0p 상승했고, 50대 남성도 동 기간 10.5p 늘었다. 30대 5.7p, 40대 6.5p 증가에 비해 2배 정도 상승폭이 컸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노인 단기 일자리가 주로 늘었다는 비판과 맞아 떨어진다.
◇ 개인경제, 저축여력 줄어 내구재·주거비 지출 '꽁꽁'
개인경제(소비지출 포함) 관련 항목에서는 부정적 방향으로의 변화가 컸다. 지난 6개월 저축여력에 대한 평가 지수는 1분기 70.5에서 4분기 64.7로 부정평가가 5.8p 늘었다. 저축할 돈이 줄었다는 인식의 주된 원인은 지출의 증가다. 그러나, 물가에 대한 인식을 보면 소득이 주는 등 다른 원인이 있어 보인다.
지출항목 중에는 내구재 구입비와 주거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구재는 1분기 85.2에서 4분기 79.5로 5.7p가, 주거비는 104.4에서 99.1로 5.3p가 낮아졌다. 제조업 경기와 이어지는 내구재 소비를 줄이겠다는 반응은 당분간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개인경제는 부정 쪽으로, 국가경제는 다소 긍정 족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경제 체감지수 절대치는 여전히 낮아 60점대 초반(물가평가 60.5, 물가전망 63.5, 일자리평가 63.6)에 머물고 있다. 긍정변화인가, 부정변화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 개인경제, 국가경제 모두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자산관리방안, 부동산 크게 늘고 예금·적금 인기 줄어
예금·적금, 부동산투자, 주식·펀드, 가상화폐투자 등 자산관리 방안에 대한 평가는 4개 항목 모두 큰 변화를 보이며 TOP5에 들었다. 예금·적금과 주식·펀드에 대해서는 권유하겠다가 줄어든 반면, 부동산투자와 가상화폐투자에 대해서는 권유하겠다가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투자 심리가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투자를 권유하겠다는 응답 지수는 1분기 80.2에서 지속 상승해 4분기 95.9로 15.7p 급증해 모든 지수 중 변동폭이 가장 컸다.
반면, 예금·적금을 권하겠다는 응답 지수는 동 기간 129.3에서 118.6으로 10.7p 하락했으며, 주식·펀드 권유 의향 또한 8.2p 줄었다. 계속되는 금리인하에 따라 매력이 떨어진 현금(예금·적금)에서 이탈한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화폐투자 권유 의향 지수는 31.5에서 38.0으로 늘고 있으나, 30p 대 지수가 보여주듯 재테크 방안으로서 소비자 관심도는 여전히 차갑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소득주도성장과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목표로 하는 정부 경제노동 정책은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었어도 질 좋은 고용이라 하기 어렵고, 현금성 복지 예산을 대량 투입해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디플레이션이 거론되고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소비자 심리는 불안해지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긍정적으로 변해야 소비가 늘고 경기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거시경제 지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제의 흐름을 조기에 정확히 파악할 때 기회도 잡고 리스크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소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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